<리얼 스틸> 피플's 챔피언? 영화

스포일러 매우 많습니다.


0. 상암 CGV 아이맥스관에서 <리얼 스틸> 봤습니다.


1. 휴 잭맨 몸 정말 좋더군요. 찾아보니 키가 189로 나오는데 비율이 좋아서 더 커 보이네요. 거기다 몸까지 탄탄하게 만들어 놓으니 권투 장면에서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습니다. 다만 연기는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영화 속 이런저런 사건들이나 그에 따른 감정 표현이 매우 단순하다보니 휴 잭맨도 딱 알기 쉬운 연기만을 보여줍니다. 아프면 아파하고, 기쁘면 기뻐하고, 화나면 화내고. 안 그래도 단순한 캐릭터를 그나마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건 배우의 연기 뿐일텐데 그걸 안 하더군요. 물론 여기엔 감독의 책임이 더 크겠죠.


2. 재밌는 설정이 많습니다. 원작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미국 외 다른 나라의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일단 노이즈보이의 디자인은 물론이고, 일본 게임을 통해 일본어를 익혀 로봇을 조종하는 장면도 있고요. 그리고 노이즈보이는 브라질에서 건너온 걸로 나옵니다(맞죠?). 무에타이며 주짓수를 언급하기도 하고, 악역 로봇인 제우스의 오너는 억양을 보아하니 인도계로 보이고(배우 이름은 Olga Fonda. 동유럽쪽?) 설계한 사람은 일본계로 나오죠. 추가로 주인공 부자는 전형적인 서부 마을과 공업 도시를 돌아다니며 경력을 쌓죠.


2-1. 그러니 좀 무리하게 단순화시키자면, 결국 미국 만세라는 겁니다. 전통적인 ‘미국스러운’ 것들, 이를테면 권투는 브라질의 주짓수니 뭐니 하는 것들에 밀리고 과학 기술도 다른 나라들(특히 일본과 인도)에 밀립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은 뒤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강한 적과 대등한 승부를 펼칩니다(특히 아톰의 설정 중 하나가 강한 맷집이란 점이 재밌습니다). 그리고 결국 판정승으로 지지만 ‘people's champion’ 이란 별명을 얻죠. 지금 이래저래 다른 나라들에 치이고 있는 미국의 상황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 거기에 대한 미국민의 박탈감을 이런 식으로 보상해준다고 봐도 되려나요.


3. 살짝 설레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아톰이 거울을 보는 장면인데요. 아시다시피 아톰은 스파링용 로봇으로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는 로봇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순간 아톰은 거울 속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죠. 거창하게 얘기하면 정신분석학의 거울 단계 같은 얘기를 꺼낼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 자신의 거울상으로 인간을 두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었다는 것. 오오 이거슨 자의식? 하며 뭔가 엄청난 것이 나올 것 같아 기대했는데 그냥 그걸로 끝이더라고요.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이고 하니 <A.I> 같은 게 나와도 좋았을텐데 거기까지는 무리였나 봅니다. 그래도 인상적인 순간이었어요.


4. 로봇의 설정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어째서 아톰이 이렇게 강한건가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짐작하기로는 패트레이버를 적극적으로 참고하지 않았을까(로봇도 특정 행동양식을 ‘수련’할 수 있다는 것) 싶은데 그거야 알 수 없죠. 하여튼 그게 좀 아쉬웠어요.


그 외. 아역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기보다는 얼굴이나 눈빛이 좋습니다. 다음 영화를 기대해볼만합니다.


덧글

  • 도시조 2011/10/20 11:57 # 답글

    파라 람코바의 악센트는 러시아나 동유럽계 같던데요. 악센트가 딱딱 끊어지는게 동유럽계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브라질 애들 악센트는 파라의 악센트보다 더 매끄러워야 정상입니다.
  • 보아짱팬 2011/10/20 13:51 #

    그렇군요. 저도 보면서 저 사람은 인도야 동유럽이야 긴가민가 했어요. 그럼 제우스와의 대결은 <록키>에 대한 오마주 정도가 되려나요.
  • 이악물기 2011/10/23 18:29 # 답글

    그게 그거인데, Champ of people이 아니라 People's Champ.
  • 보아짱팬 2011/10/24 09:09 #

    으악 고맙습니다. 고칠게요 ^^;
댓글 입력 영역